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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먹는 행복 최대치

[칼럼/굴] 감칠맛이 폭발하는 11월의 굴

by 바이비니 2023. 11. 26.

겉모습이 돌에 핀 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석화. 숨을 들이쉴 때 찬 바람이 훅 느끼지는 시즌이 오면 어김없이 나는 ‘석화’가 생각난다. 감칠맛을 머금은 오동통한 알맹이를 먹는 상상을 하며 굴에 대한 이모저모를 적어본다.

 

석화와 굴은 다른 건가요?

11월부터 제철인지라 마트에서도 그렇고 수산물 시장에 가면 이달의 주인공임을 자랑하듯 매대의 가장 앞에 나와있다. ‘석화’라고 쓰여있기도 하고 ’굴’로도 쓰여있기도 하다. 오이스터바에서 하프쉘이라고도 불리는 이 것은 결국 다 같다.

 

껍데기가 온전히 있는 각굴을 ‘석화’라고 부르며, 껍데기 한쪽만 남겨둔 반각굴을 ‘하프쉘’이라고 부른다. 판매하는 형태가 어떠하든 ‘굴’은 다 ‘굴’이고, 다만 고를 때는 탱글한 우윳빛 몸집에 또렷한 검은 테두리가 있는 것으로 골라야 신선하다.

 

맛 고수들은 굴 산지를 따진다

우리나라 굴의 60~70%는 통영, 고성, 사천, 거제에서 생산한다. 지역에 따라 굴을 양식하는 방법이 달라서 굴 맛도 차이가 있다. 남해는 투석식으로 기르는 편이고, 통영이나 고성은 수하식으로 기른다. 투석식은 갯벌에 던져둔 돌에서 기르는 방식이다. 봄철에 산란한 굴 유생들이 돌에 달라붙게 되고 시간이 지나 굴이 자라면 수확한다.

 

투석식 굴이 썰물 타이밍 때문에 하루에 두 번 굶게 되는 반면 통영의 수하식은 24시간 먹이를 먹는다. 나무틀에 굴 종패가 달라붙게 한 뒤로는 깊은 바다로 옮겨 1년여간 몸집을 키운다. 알은 작아도 진한 감칠맛이 응축되어 있는 남해 굴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깔끔하면서 알이 굵은 통영 굴을 먹을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맛있게 먹고 탈나면 속상하니까, 노로바이러스 주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굴 먹고 노로바이러스 걸렸다는 소식을 듣곤 하는데 굴을 생으로 먹을 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살아남아 추위에는 강하지만, 열에는 그저 속수무책이다.

 

굴을 구매할 때 ‘가열조리용’, ‘반드시 익혀’라는 표현이 있다면 꼭 85도 이상의 온도에서 최소 1분 이상 익혀야 한다.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된 해역에서 채취한 굴은 위와 같은 문구가 붙는다고 하니 절대 생으로 먹지 않도록 하자. 제철 음식 먹고 건강하자고 했다가 건강을 잃는 일이 없도록!

 

감칠맛 터지는 천연 정력제

카사노바와 나폴레옹의 공통점은? 이 둘은 굴을 굉장히 즐겨먹었고, 또 공교롭게도(?) 정력이 좋았다고 한다. 아마도 굴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아연’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돕는 물질이라고 한다면 설명이 좀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굴은 천연 정력제로 불린다.

 

이런 효능 말고도 굴에는 감칠맛의 근원인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입 안에 은근히 도는 ‘맛있음’, ‘달큼함’이 아미노산 때문이며 날씨가 추워지면 이 아미노산 함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겨울에 굴의 맛이 정점을 찍는다. 그래서 겨울을 굴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다.

 

궁극의 맥주안주 ‘버터 굴 튀김’

[재료]

굴 튀김 : 봉지굴 300g, 식초 1큰술, 청주 1큰술, 부침가루 3큰술, 식용유 2큰술, 버터 1큰술

디핑소스 : 양파장아찌 다진 것 2큰술, 마요네즈 3큰술, 레몬즙 1.5큰술, 소금, 후추

 

굴은 굵은 소금으로 뒤적뒤적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서너 번 물에 씻어 물기를 빼둔다. 굴에 식초와 청주 1큰술씩 넣고 가볍게 섞어주면 비린내도 제거되고 알맹이가 탱글 해진다. 여기에 부침가루만 포슬하게 묻혀서 식용유와 버터를 자작히 두른 프라이팬에 부치듯 튀긴다. 칼국수면에 묻은 밀가루처럼 굴에 묻은 부침가루가 뭉쳐 붙어있거나 질척이지 않아야 파삭한 굴튀김이 된다. 디핑소스는 집에 있는 양파 장아찌를 적당히 다져주고 마요네즈, 레몬즙, 소금, 후추를 넣고 섞어주면 완성된다. 바삭한 굴튀김 위에 상큼하면서 크리미 한 소스를 올려 먹으면 맥주 한 캔이 금방 사라진다. 이제 마트에서 봉지굴을 마주치면 망설이지 않고 하나 꼭 집어오자.